AI빅뱅 (2023년) - 김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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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빅뱅 (2023년) - 김재인

포도당님 2023. 5. 27. 17:52

오랜 기간 과학기술의 변화를 분석해온 철학자 김재인은 논쟁의 구도를 “기계가 인간을 능가할 수 있는가?”라는 지배 담론에서 “인간은 어떻게 기계와 공생할 수 있는가?”라는 대안 담론으로 바꾸는 혁신적인 시도를 한다.

  주어를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 두고 사유하는 저자의 인문학적 통찰은 AI 발전을 둘러싼 대논쟁에서 놓치고 있는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게 만든다. 생성 인공지능의 원리를 통해 한계를 도출하고, 그 한계에서 인간의 고유함을 돌아보는 이 책은 인공지능에 대한 최상의 안내서로 기능할 것이다. AI 빅뱅 시대를 역설적으로 인문학 르네상스로 보는 철학자 김재인의 시선에서 위기에 대응하는 철학의 쓸모와 반등하는 인문학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서평 1

과학기술 철학자인 저자는 “하나의 그림이 완성됐다고 판단할 권리는 화가에게 있다”는 세계적 미술사학자 언스트 곰브리치(1909∼2001)의 말을 인용해 되묻는다.
  예술의 완결성을 판단할 수 없는 AI가 과연 예술가인가, 그런 AI가 무작위로 만든 그림을 예술이라 부를 수 있는가. 저자는 “가치를 평가하고 표현하는 일이 예술과 문학의 원천에 있다면, AI는 아주 세련되고 훌륭한 도구 그 이상이 될 수 없다”고 분석한다. 비평이야말로 예술창작에 있어 인간의 마지막 보루로 남을지 모른다는 전망도 담았다.
  저자는 교육, 학술 등 일상의 여러 면에서 코앞으로 다가온 AI 시대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AI와의 공생 방법을 찾는다. AI를 잘만 활용하면 인간은 최고의 조력자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독일 기업 ‘딥엘(DeepL)’이 내놓은 AI 번역 서비스에 두꺼운 과학책 문서 파일을 올리면 순식간에 책 한 권이 번역된다. AI가 번역에 걸리는 시간을 단숨에 줄여주는 것이다. 저자는 “AI 번역 서비스 덕분에 앞으로는 전 세계 동시 출간도 많이 시도될 것”이라며 “AI가 도움이 되는 측면은 ‘생성’ 자체보다 ‘생산성’에서 더 찾아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인간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위기는 AI에서 오는 게 아니다. 위기의 본질은 혁신하지 못하는 타성과 고착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 지적은 국내 전문가 집단과 교육자들을 겨냥한다. 기존에 전수돼온 지식을 정리하는 것은 AI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어서 머지않아 AI로 대체될지 모른다. 미래의 대학과 교실은 교과서에 정립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발굴하고 창작하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AI를 통해 인간이 무엇인지 다시 발견하게 됐다”고 했다. 인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고민할 자유’다.
  주어진 알고리즘을 따르기만 하는 AI와 달리 인간은 스스로 반문하고 명령을 내리고 자기만의 해법을 찾아나간다. AI와 다른 인간의 본질을 고찰한 저자의 고민 속에서 AI 시대 인간이 길러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 답을 얻을 수 있다.

서평2

  생성 인공지능(AI)의 발전 전망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질 않는다. AI가 얼마나 빠르게 인간의 일을 대체할 것인지, 이를 활용한 창작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그 사용 범위와 한계는 어디까지일지, 무엇보다 인간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답은 여전히 요원한데, 질문들은 벌써 구문이 됐다. 인간이 창조한 이 첨단 기술의 폭발적 성장 속도에 비해, 윤리적 논의나 사회·법적 제도의 마련은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은 계속되고, ‘공존’이나 ‘공진화(共進化)’도 공허한 구호가 되기 직전이다.
  과학기술의 변화를 고찰, 분석해온 철학자 김재인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결국 동어 반복인 기존 제언들을 모조리 차단한다. 대신, 지배 담론을 ‘대안’ 담론으로 바꾸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그것은 ‘AI와 어떻게 공생할 것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과학기술에 대한 도전이 거셀수록, 그것이 주는 충격이 클수록, 인간은 더욱 ‘인간다움’을 발현해야 한다는 역설이다. 즉, 저자는 알파고가 안겨준 놀라움 속에서 쓴 전작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인문학의 사회적 개입을 설파하고, 기대한다. 과학 혁명과 서양 근대 형성 시기가 그랬듯, AI는 ‘사고의 실험’을 일으키고 그것이 ‘인문학 르네상스’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이다.
  책은 바로 그 ‘실험의 장’ 한복판에 있다. 동시에, 저자가 염원하는 ‘인문학 르네상스’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질 들뢰즈 연구로 이름난 저자는 챗GPT로 대표되는 초거대 언어 모델(LLM)을 들뢰즈의 언어철학을 가져와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정보와 의미’를 추구하는 기계의 언어를 (들뢰즈에 따르면)‘명령과 행동’이 핵심인 인간의 언어와 비교하는 작업 자체가 혁신적인 ‘사고 실험’ 아닌가. 저자는 “언어는 독자적 시스템이 아니다”며 “정보와 의미는 거들뿐, 중요한 것은 행위 유발이다”고 강조한다. 언어가 유의미한 것은 물질세계를 변형할 힘을 동반할 때이지, 상황과 맥락을 빼면 ‘무의미’하다는 것. 여기서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뛰어난 생성 AI가 등장해도 인간의 언어를 뛰어넘지 못한다는 ‘본질적 믿음’을 획득한다. 또한, 인간의 고유성 극대화가 이른바 AI 시대 ‘전문성’의 근간이 될 것임을 직감할 수 있다.
  책은 후반부에 이르면 AI와의 공생을 위해 필요한 인간의 조건을 살피고,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한다. 물론 대다수 사람들은 미래를 위한 실질적 방안에 더 귀 기울일지도 모르지만, 이 책의 백미는 앞선 실험, 즉 ‘철학’으로 ‘공학’을 이해하고, 융합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에 있다.

서평3

인공지능(AI) 빅뱅의 시대, 인문학과 교육은 이 위기를 어떻게 건널 수 있을까. 철학자 김재인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가 이 질문에 답한다.
  저자는 멀티모달을 포함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초거대 언어모델이 결국 인간 언어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문제를 지적한다. 언어가 세계를 그대로 반영할 수 없는 존재론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언어로 지어진 인공지능의 세계 존재는 오류와 잘못된 정보로 지어진 '언어의 집'에 불과하다. 저자는 철학자의 눈으로 '언어'와 '창조'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AI 언어모델의 작동 방식을 들뢰즈, 과타리, 촘스키, 비트겐슈타인과 같은 언어철학자의 시각에서 분석한다.
  결론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은 그것을 활용하는 인간의 전문성에 따라 매우 다른 결과를 산출한다. 저자는 AI와의 협업을 위한 기초역량 강화 방안으로 새로운 인문학 구축과 교육과정 개편을 제시한다. 문사철로 통용되는 인문학을 언어, 문학, 역사, 철학, 수학, 예술, 디지털을 흡수하는 '확장된 인문학으로 재편'하고, 빼기식 교육을 고수하는 '문과 폐지로서의 교육과정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