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이혼(離婚)은 부부가 합의 또는 재판에 의해 혼인 관계를 인위적으로 소멸하는 일을 말한다. 이는 혼인(婚姻) 관계의 성립을 전제로 한다는 의미다.

민법에서는 ‘결혼’이 아닌 ‘혼인’을 표준 용어로 사용한다. 민법 제812조에서는 ‘혼인신고를 해야만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혼’이란 단어는 언급되지도 않는다.

몇해 전 나는 ‘결혼식’을 치렀으나, ‘혼인신고’ 같은 건 해보지도 않았다. ‘혼인’이 성립되지 않아 ‘이혼’이란 표현도 어색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결혼식’ 소식은 알렸으나, ‘이혼식’ 소식은 알리지 못했다. 이혼식이란게 있었다면 근황을 설명하기 수월했을 것이다.

혼인 관계가 성립되지 않으면 끝은 간단하다. 그냥 두 사람이 인연을 끊으면 끝이다. 연애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이 상태에서도 소송을 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고도 한다)

최근 대한민국 이혼 건수는 감소 추세다. 2019년 11만831건이었던 이혼 건수는 2024년 9만1151건까지 떨어졌다. 뉴스에선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부부 간 대화와 상호작용이 증가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대한민국 이혼 건수는 2003년(16만6617건)을 정점으로 이미 감소 추세였다. 20년 전부터 코로나19를 예상하고 대화를 늘린 부부가 늘었을까. 대한민국 뉴스 기사에는 그런 낭만적인 분석도 자주 등장한다. (기자들은 기사 분량을 늘리기 위해 어떤 이유라도 끌어와야 한다)

혼인과 이혼 통계는 경제적 상황을 여실히 반영한다. 역사상 혼인 건수가 가장 많았던 해는 1996년(43만4911건)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기 직전이다.

이 때부터 시작한 하락 추세는 작은 반등과 큰 하락을 반복했다. 2021년(19만2507건)에는 연간 혼인 건수가 처음으로 20만 건을 밑돌았다.

대한민국 이혼 건수는 1998년(11만 6294건) 처음으로 10만 건을 넘어섰다. 2003년에는 역사상 최대치(16만6617건)을 기록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 대란은 이혼의 강력한 촉매였다. (2003년 대한민국 신용불량자 수는 360만명에 달했다. 당시 경제 인구 7명 중 1명에 해당한다)

이혼은 삶의 끝이 아니다. 하지만 그 경험은 평생 갖고 간다. 2000년 이후 2024년까지 이혼의 누적 건수는 292만4925건이다. 당사자는 최소 2명이므로 약 600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이혼을 경험한 셈이다. (직계존비속을 포함하면 당사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미디어에서 ‘이혼’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늘어난 것은 우연히 아니다. 어느 순간 드라마 주인공이 ‘돌싱’인 경우도 흔한 소재가 됐다. (최근에는 ‘이혼보험’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드라마까지 등장했다.) 많은 사람이 이혼을 경험하면서 무엇보다 공감받기 쉬워진 듯하다.

2022년부터 대한민국 이혼 건수는 9만 건대에 머물고 있다. 당분간 혼인 건수가 급증하지 않는다면 이혼 건수도 크게 늘어날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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